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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드러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작'의 충격적 진실

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9.05.30 00:05:00     

[데스크논단] 국가권력이 행한 강정마을 인권침해 실상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최초 유치결정부터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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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9일 발표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건'의 인권침해 조사결과의 내용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서귀포시 강정마을 공동체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 반대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짓밟으며 추진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공작'의 산물에 다름 아니었다.

거짓도 이런 거짓이, 위선도 이런 위선이 있을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명칭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정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음모와 공작의 중심에 대한민국 국가권력이 총 동원됐다는 것이다. 해군을 위시해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 국가 권력기관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행하고 주민 회유, 투표함 탈취, 반대운동 강경진압, 인권탄압을 자행한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07년 최초 강정 해군기지 유치결정 단계에서부터 조직적 음모가 있었다.

당시 해군과 민선 4기 제주도정은 주민들이 정상적 임시총회 절차를 거쳐 자발적으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강정마을 유치결정은 해군의 '여론 공작'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당시 해군 등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결정을 위해 여론조작 공모를 한 것은 물론, 강정마을에서 실시한 주민투표의 투표함 탈취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4월 26일,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는 향약에 따른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고, 총회 의제가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경돼 상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만 참여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임시총회의 적법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며 주민들이 반발했고, 이에 따라 그해 6월 19일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자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과 해군기지추진위원회에서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사전 모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주민투표 당일 있었던 해녀들의 투표함 탈취사건에 해군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묵인'도 있었다. 당시 경찰은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처 차원에서 경력 340여명을 동원 및 배치했음에도 투표함 탈취행위 등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 있던 서귀포시청 공무원들은 투표함 탈취에 따른 총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투표함 탈취를 빗댄듯 자기들끼리 "성공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의 '공작'은 계속 이어졌다. 그해 8월 20일, 강정마을에서 임시총회 및 주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하자, 해군과 추진위원회는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후 투표가 끝난 시간에 귀가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 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정도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민선 4기 제주도정은 강정주민들로부터 최초 임시총회가 적법하지 않고,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제기받았음에도 모두 묵살했다.

해군기지 유치결정 과정에서 행해진 해군의 여론공작과 노골적 개입, 경찰과 제주도정의 '방관' 내지 '묵인', 그동안 주민들이 제기해 온 각종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최초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명백히 상실했음이 확인됐다.

뿐만이 아니다. 행정 절차 이행과정에서도 국가권력 차원의 조직적 음모가 행해졌다.

2008년 9월 17일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논의 내용은 해군기지 반대활동 측에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측을 인신 구속해야 한다는 것,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것 등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진압 대책이었다.

환경부지사는 "분열은 좋은 상황이다. 공세적 법 집행이 필요하다",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한다"고 발언했다. 제주도청 자치행정국장은 "환경영향평가시 도의회가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청 관계관들이 오히려 주민들간 찬반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반기고 있었던 것이다. 해군 통제실장은 "찬성 쪽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예산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제주지검에 불법행위 떼쓰기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겠다. 외부 개입 세력에 대해서는 찬성 쪽에서 문제 제기하면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제주도에서 조그마한 것이라도 고소·고발해 줘야 경찰도 조처가 가능하다. 인신 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가 낮아진다",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쉬운 내용으로 신문광고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기각 막힐 노릇이다. 공안정국도, 이런 공안정국이 없다. 이런 무시무시한 '공포정치'의 모의에 제주도정도 적극적 협력자로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반도민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작당과 모의가 행해진 후, 제주도정은 당시 국방.군사실시계획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 절차를 그대로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의회 역시 위법성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등을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 의원들 중심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며 제주 의정사에 오점을 남겼다.

해군과 경찰은 이후 항거하는 주민들 탄압에 나섰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인권침해가 빚어진 것은 물론이고, 해군은 해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 지원,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인터넷 댓글 활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강정마을에 대한 인권침해는 이어졌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임시총회를 통해 '2018 대한민국 국제관함식' 개최반대를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수석이 직접 강정에 내려와 주민들을 설득하며 총회 결정사항을 번복하도록 해 논란을 샀다.

이로인해 강정마을은 또다시 갈등과 분열이 더욱 악화됐는데, 국제관함식 관련 사전 집회를 해군이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경찰은 이를 알았음에도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당일에는 문대통령 참석을 이유로 해 경찰이 신고된 집회마저 봉쇄하는 일이 빚어졌다.

진상조사위는 권고안에서 정부와 제주도 및 여러 국가기관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늦었지만, 12년만에 드러난 진실, 천만다행이다.

정부와 해군, 제주도정, 경찰 등은 이번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아울러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위법한 행정 인허가,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새롭게 해야 한다. 제주도정의 '반도민적',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강정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항거하는 주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죄악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따라야 한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정의 책임있는 조치를 기대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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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17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해군기지 관련 의안 날치기 처리 당시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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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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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원상복구 2019-06-03 11:26:59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해군기지 지금이라도 군인들 내보내고 환경과 평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1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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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패권타도 2019-06-02 16:17:58    
영남정치의 민낯

혐오스럽네 ㄷㄷㄷㄷ
11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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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처벌 2019-05-31 13:51:42    
육지경찰의 경우 오래 있으면 주민들과 유대가 생길까봐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치밀함까지...주민을 적으로 간주했었죠.
무엇보다 4.3의 트라우마를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것에 분노할수밖에 없죠.
21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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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2019-05-30 07:43:13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행해졌던 부당한 공권력 민낯 정말 황당하다
그 당시 해군과 제주도 책임자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제2공항 도 지금 판박이 아닌가
17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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