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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지 증명제, 집없는 서민만 쥐어짜기 안 된다

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9.07.04 03:52:00     

[데스크논단] 제주도 차고지증명제의 치명적 문제
무주택 서민에 '100만원' 부담, 자동차보유 원천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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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부터 차고지증명제가 전면 시행됐으나 준비부족과 '서민 차별'이라는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7월부터 '차고지증명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뭔가 매끄럽지가 못하다. '준비 부족'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시민들의 불만과 원성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새로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약간의 삐걱거림이나 혼선, 시민 불편은 으레 나타나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으나, 이번에는 심상치가 않다.

도민들에게 마냥 불편함을 감수해 달라고, 조금만 참아달라고 당부할 사안이 아닌 듯 하다. 이 제도가 안고 있는 한계, 불을 보듯 뻔한 예견되는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마저 준비되지 않은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난한 서민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치명적 문제를 그대로 안고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은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자칫 오랜기간 준비해 시행한 이 제도가 '반(反) 서민정책'이란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제주도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취지는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유입인구 및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급격히 많아진 자동차 등록대수, 갈수록 심화되는 교통난과 주택가 주차난, 이러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차고지 증명제는 자동차 보유자에게 자동차의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차량 소유주가 주소변경, 명의 이전 등록을 하는 경우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소유자가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관할 관청은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량등록 대수를 줄여나가면서 교통난과 주차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취지다.

제주도에서는 2007년 2월 제주시 동(洞) 지역 대형차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2017년 1월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이어 올해 '제주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고 공포되면서 이달부터는 전면 시행을 하게 됐다.

소형 및 경형 자동차는 2022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늦춰졌지만, 나머지 차량들은 모두 차고지증명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차고지증명제는 서민들에게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예전 대중교통체계 개편 때와도 차원이 다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차원이었으나, 차고지증명제는 '경제적 부담'과 직결된다. 그것도 경제적 수준에 따라 제도 수용에 대한 부담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주차장을 확보한 주택에 살거나 차고지로 쓸 수 있는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 제도 시행에 대한 부담은 사실 거의 없다. 이러한 계층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 제도 도입이 반가울 수 있다.

가구당 주차면이 최소 1면이 주어진 아파트 등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도 부담 정도는 크지 않다. 다만, 1가구 2~3차량을 소유하는 경우 추가 주차면 확보가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서민 등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자기 소유의 집이라 하더라도 차고지 공간은 엄두도 못내는 원도심 좁은 골목길 주택가 서민들, 그리고 원룸 등에서 거주하는 청년들,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저소득층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고지가 없으면, 자동차 구입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일 수록 더욱 가혹하게 옥죄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입안자들은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된 것처럼 설명한다.

차고지가 없는 경우 사용본거지로부터 직선거리 1km 이내 주차장을 1년 임대할 경우 등록이 가능하도록 설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500m로 설정했으나, 지금은 1km로 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500m이든, 1km이든 결국은 차고지가 없는 서민들은 유료주차장을 임대해 사용하라는 말이다.

이의 임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 1년 임대 사용료는 동(洞) 지역 기준으로 97만5000원이다. 차고지가 없는 서민들은 차량을 등록하기 위해  해마다 100만원의 돈을 내라는 것이다.

이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의 1인 평균 부과액 등을 감안할 때, 차고지증명용으로 1년 100만원의 비용 고정 지출토록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겠다는 '서민 증세'에 다름없다. 모두를 이롭게 하는 정책을 펴야 할 도정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오히려 '이중고(苦)'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반 서민정책'이란 혹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서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제주시 용담동에 사는 30대 남성이라고 소개한 양모씨는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차고지 증명제로 인해 서민들이 또다시 경제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문제를 토로했다.

그는 "저는 현재 다세대주택에서 연세를 내며 홑벌이로 근근이 살아가는 중"이라며 "이번에 둘째 자녀가 생기고 해서 생애 처음으로 차량 구입을 계획했으나, 차고지 증명제로 인해 차량 구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지금 집세도 근근이 내며 생활하고 있는데, 차고지 임대비용 98만원까지 내면서 차량을 구입을 하라니...저는 그렇게 여유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호소도 했다.

전세로 임대 빌라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40대 가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차별하는 이 제도가 헌법의 정신에 비춰 옳은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게시판 글에서는 시민들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도정은 엉뚱한 주장만 펴고 있다. 서민들이 부담해야 할 1년 '97만원'에 대해서는, 원래 정상가는 120만원이나 22만원 할인된 금액이라며 오히려 '생색내기'에 급급해 있다.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서민들만 더욱 옥죄는 차별적 제도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의 보완책을 시급히 내놓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요금 할인' 생색내기는 참으로 치졸하기 그지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제도 시행을 위한 논의를 한 것이 수년 전부터였고, 그동안 준비를 할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번에 시행에 들어가자 '준비 부족'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도내 유료 공영주차장은 40곳에 4999면으로, 차고지 증명을 위해 임대 가능한 주차면은 2000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 지역에서 반경 1km 이내에 '유료 공영주차장'이 없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임대료의 문제 뿐만 아니라, 임대료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유료공영주차장 주차면을 확보하지 못해 '차량 구입'이 원천적으로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이의 문제도 확실히 해결하지 않은채 서둘러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차고지증명제와 연계한 주차장 수급 실태조사나 주차 기본계획도 지금까지 손놓고 있다가, 제도 시행에 들어간 지금에서야 추경예산에 이의 용역사업비 1억50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 설득에 나서는 황당함도 보였다. 도의회 추경예산 심사에서 '준비 부족'을 일제히 질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차고지증명제는 정부 차원에서는 1990년대 여러 차례 도입을 추진하다가 결국 포기한 바 있다. 도심 주택가 주차난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측면이 있으나, 부작용이 더욱 크게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저소득층의 자동차 보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할 소지가 있고,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허위신고와 위장전출 등의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번 제주도의 '전국 최초 시행'에서는 앞서 정부에서 판단했던 부작용에 더해 '1년 97만원 서민 부담'이라는 사항까지 추가됐다.

이는 단순한 부작용의 유형이 아니라, 이 제도를 '반 서민정책'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치명적 문제다. 이 문제부터 털고 나가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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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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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에효... 2019-07-04 15:46:13    
아니 왜!! 1가구 1대 허용은 안해주는지... 1가구에 1대 구입은 허락해 주고 1가구 2대, 3대 이상 보유시 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변경할 때 적용하면 될 텐데 결국 어려운 서민의 허리띠를 더욱 조이는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ㅠㅠ
11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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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 2019-07-04 10:08:09    
참으로 한심한 공무원과 의원님들,
당신들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라.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일어나고 있는지,
쓰레기같은 용역결과에 의존하지 말고.

1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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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2019-07-04 09:57:16    
이 책임져라...
112.***.***.204
profile photo
제가 보기에는 2019-07-04 08:00:15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없는 사람 벼룩의 간 빼먹듯 하면 실패하게된다
보편적으로 공히 준수하도록 해야지 못사는 사람들만 골탕먹게 하고 좌절감 빈부격차 사회적 격차 느끼게 한다면 절대 좋은 제도가 아니다.
시민 원탁회의 없는 시민들은 참여하지 않았나 봅니다
1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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